나의 이야기

보호자병원생활

금강저 2016. 1. 25. 08:58

 

보호자 병원생활

 

엄마가 2015년 10월 15일 뇌졸증으로 강남성심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으시고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70일을 계셨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서 면회시간에 가서 그냥 힘들어하는 엄마 얼굴만 보고 안타까워하다 돌아왔는데 차츰 아래 사진의 수치들도 관심있게 보게됐다

수술 후 사람도 알아보시고 팔다리도 움직이시고.....수술하신 의사선생님은 합병증만 없으면 2주 정도 지나면 일반병실로 올라갈 수 있을거라고 하셨는데.......폐에 물이 차고 열나고 균이나와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의 협진과 전과를 다니셨고 산소호흡기 떼는 훈련 할때마다 상태가 더 나빠지다 끝내 자가호흡을 못하신채 4주를 훌쩍 보내고 결국은 기관지삽관수술을 하셨다   주변 사람들은 기관지절개술은 절데로 하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그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엄마가 요단강 건너가버리면 그걸로 끝이라 다신 돌이킬 수 없으니 지금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보호자로서 중환자실 면회를 오전 오후  70일 동안 다니다 보니 그동안 전혀 몰랐던 인생공부를 많이 하게됐다   다양한 사연들의 환자와 보호자 간호사.....처음에 B구역에 계실때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뇌졸증 수술을 받는것에 놀랐고 엄마 앞에 있던 할머니는 신부님이 오셔서 기도만 하시고 수액등 아무 처치도 받지 않는거 같았는데 콧줄로 환자식만 드시며 50일 정도 계시다 삐쩍말라 돌아가셨는데 왜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오래 방치하다시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기관지절개술을 하신 후 균이 나와서 특별관리구역인 E구역으로 옮겼는데 앞에 30대초반 젊은 남자가 교통사고로 누워있었는데 중환자실에만 8개월 넘게 있었단다.....ㅠㅠ    엄마가 가래와 염증 발열 설사로 고통 받는걸 지켜보며 많이 힘들어하던 중에  E구역에는 기관지절개술 하신분 4분만 계셨는데 다행이 2분이 먼저 일반병실로 올라가시는걸 보고 다음에 우리도 올라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드디어 "김점순님 손가락 움직여보세요"라는 주치의 선생님 말에 엄마가 작은 반응을 보이시고 바로 다음날 일반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동안 일요일엔 중환자실 오전면회와 오후면회 사이에 병원 근처 호압사에 가서 어머니가 고통 받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호암산 등산을 7번 다녔다    어느날 약사전에서 법회가 있었고 그때 나눠주신 책인데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 읽어보려고 하는데 어려워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는 않는다

호압사 약사전 - 엄마가 회복되신걸 보면 기도발이 좋은거 같다

 

 

 

12월 23일 오후 일반병실로 옮기자 마자 당장 간병인이 필요했고 적합한 간병인 구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엄마가 썩션도 해야하고 몸집도 큰 중증환자라서 처음 온 간병인이 못하겠다고 그냥 가버려서 맘고생 하고 하루는 가족끼리 엄마 간병을 했어야만 했는데 그래서 더 환자 상태를 잘 알 수 있었고 간호사님께 처치법도 배우고 엄마에게 잘 맞는 간병인을 구할 수도 있었던거 같다  - 인생사 세옹지마

 

일반병실로 올라 왔으니 이제 재활치료에 더욱 힘써야할 때라서 강남성심병원 재활물리치료센터에 가봤는데 시설이 너무 협소하다

대학병원들이 환자가 오래 입원하고 있으면 나가라고 한다는 말도 들었고 우리동네에 좋은 재활병원이 생겼다고 해서 명지춘혜병원을 찾아가 시설도 견학하고 상담도했다    시설은 새로지어서 좋은데 사람이  많아서 너무 복잡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휠체어로 지하 재활치료실까지 내려가야하는데 엄마가 팔과 다리 조금 들어올릴 수만 있어서 거기까지 못가는데... 대신 물리치료사가 병실로 올라와서 재활 치료하는건 하루 15분 밖에 안된다는데..... 그럼 아직 병원을 옮길 필요는 없는거 같다 

시스템은  전문적이고 좋아서 엄마 상태가 어느정도 호전되면 꼭 이병원으로 옮기고 싶다

전원시 필요한 서류 목록을 받아왔다

2016년 1월 3일 - 일단 담당 주치의와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전원의뢰서를 받아두고 좀더 치료하며 경과를 치켜보기로 했다

나는 이제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 같이 운동하는 언니랑 2월에 하와이에 놀러 가기로 계획도 짰다

11월 까지는 그래도 미리 계획되있던 여행이라도 다녔는데 12월 1월은 거의 암흑기인거 같아 우울하다 

엄마가 일반병실로 옮기고 아침마다 7시30분에 일어나 엄마병실에 가서 물리치료 해드리고 의사선생님 회진돌때 면담하고 출근하려니 중환자실에 계실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ㅠㅠ

 

병원내의 책대여 써비스에서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 라는 제목의 이근후님이 쓰신 책을 빌려서 끝까지 다 읽었다    중년이 읽기에  너무  좋은 인생 선배님의 말씀이다   강추~

엄마가 아직도 심한 가래와 급작스러운 열로 고생하시는데 담담교수님이 이제 전원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신 후 해외연수를 가셨다고 1주일 동안 병실에 안오셔서 9월에 초빙된 교수님인데 왜그럴까 괜한 걱정을 하며 기다렸는데 다행히 교수님은 돌아오셨지만 주치의 선생님이 "아직 옮길 상태가 아닌거 같아 이병원에 더 있고 싶다"는 나에게 단호하게  빨리 전원을 하란다~ㅠㅠ   교수님께 신경외과에서 치료가 끝났다면 가래가 심하니 혹시 호흡기내과로 옮겨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 폐렴도 아니라 호흡기내과에서도 딱히 할게 없단다   엄마는 숨쉬는것 때문에 많이 고통스러워 하시는데......

재활치료 보다 먼저 가래치료를 좀 더 해야할거 같아 큰병원을 알아봤는데 VRE 균 나왔던거 때문에 병실 구하기 어렵다고해서 전원의뢰서를 2주동안 무균이었다는걸 확실히 명시해 다시 발급받아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로 옮겼다       2016년1월 20일 정확히 일반병실로 올라온지 4주만이다

삼성서울병원 2인실 - 처음에는 특실 60만원 짜리밖에 없다고 했는데 다행히 2인실에 자리가 나서 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을 했다     최고라는 명성답게 시설은 역시 좋고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되있는거 같다    중환자실에 계실때 욕창 방지를 위해 우리가 따로 에어메트를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여기는 처음부터 설치되있다

그래도 전원하며 엄마 식사가 일반식으로 잘못나와 중환자실에서 설사를 유발했던 뉴케어를 2끼 드리고 삼성병원에 그린비어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또 뉴케어가 하루동안 나와 결국 설사가 시작됐다~ㅠ 

엄마는 수술한지 100일만에 소변줄도 빼고 처음으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으셨다     기적 같다

전에 병원에서 환자복에 팔 끼울때 힘들었는데 삼성서울병원의 민소매 환자복은 너무 잘 만든거 같다

우리가 삼성병원으로 전원 올때는 해피라운딩 써비스가 있어서 간병인이 필요 없다고 잘못 알았었는데 간호사님이 잘 살펴주셔도 중증환자다보니 혼자 둘수는 없어서 간호사실에 문의해 협회를 통해 간병인을 구했다(일당 8만원)    간병인의 입장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훨씬 일하기 쉽고 편할거 같다

입원한지 3일만에 6인실에 빈자리가 생겨 바로 옮겨서 입원비 부담도 줄이게 되서 정말 잘됐다    비좁은 2인실보다 공간도 넓고 조망도 좋고 너무 맘에 든다 

삼성서울병원이라고 다 좋은건 아니라 너무 혁신적이다 보니 100일동안 누워만 계시던 엄마를 휠체어도움(트렌스퍼)이 남자분이 머리쪽 간병인은 다리쪽 잡고 번쩍들어 휠체어에 앉칠때 간병인이 다리를 놓칠뻔해서 많이 놀랐다     지하1층 물리치료실로 데려가서도 휠체어에 앉으체 10분 대기시키더니 담당 물리치료사가 1시간 동안 물리치료를 할거래서 내가 물리치료 하는 도중에 석션도 해야하고 엄마가 못버티실거 같다고 했더니 10분정도 물리치료 하시다 썩션하시는 간호사님을 호출하시고 막 석션을 시작하는데 엄마가 확~ 피자 한판 만큼 토하셨다~ㅠㅠ   물리치료는 중단하고 대충 정리한 후 휠체어 타고 병실로 올라와 간호사실에서 침대에 눕혀줄분을 호출했는데 또 10분 이상 걸렸다   너무 이상한건 바로 삼킴검사가 예약되있었는데 휠체어 가지고 오신분이 엄마가 검사 못갈상태라고 말씀드렸는데도 데려가실려고해서 간호사실까지 가서 말을해 돌려보냈는데 엄마를 침대에 눕혀주지 않고 그냥 가셨다    다른분이 오셔서 휠체어에서 간병인과 같이 들어 침대에 눕히시는걸 보며 혁신과 분업화가 너무 심해서 생기는 문제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새벽에 MRI를 시작으로 앉기훈련 물리치료 등 너무 힘드셔서 눈이 쾡한체 주무시는데 주치의는 토했어도 엑스레이 찍었는데 괜찮으시니 삼킴검사를 또 가야한다고 말씀하신다~ㅠㅠ   다행히 오후 삼킴검사가 예약 마감되 안가셨지만 환자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다들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만 완수하겠다고 열성이신걸 보며 다시한번 놀랐다

신경외과 선생님이 오셔서 MRI 검사결과를 말해주시는데 뇌 수술후 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은거 같고 수두증 수술을 해야 앞으로 몸을 움직이시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하셔서 급한 수술인지 물었더니 다행히 내과치료 어느정도 되면 하자고 하신다      저쪽 병원에서 신경외과 치료 다 끝났다고 했는데......

간병인도 전원와서 삼성서울병원 뜻밖의 상황 보고 밤에 갑자기 구해서 그런지 나이가 너무 많고 힘도 없으시고 일을 잘 못하셔서 바꾸겠다고 했더니 바로 땜빵 간병인을 구해놓고 가버리셨다~ㅠㅠ   새로오신 간병인과 다시 구구절절 히스토리와 환자상태 설명하려니 나만 힘든다~ㅠ  새 간병인이  많은양의 소변도 잘 흡수하는 일자형 기저귀가 암병동 의료상에 있다고해서 걸어갔다 오는데 햇볕이 잘 드는 맘에 쏙드는 복도 휴식공간이 있다    나도 저렇게 햇살 받으며 엄마와 마주앉아 차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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